영상 보는 걸 좋아해오던 제가 고등학생이 되어 장래희망 칸에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적어넣고 대입준비를 시작했을 땐 막연했습니다. 영화가 정말 내 직업이 될까. 내가 영화를 좋아하는 게 맞는 걸까. 어느 영화를 얼만큼 봐야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혼자 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아무 무리가 없지만, 입시에선 결국 줄 세우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학원에 왔습니다. 영화를 좋아한다는 친구들 사이에서 난 어느 위치인지, 다른 친구들은 무엇을 보는 지 알 수 있었습니다.
수업은 기출문제 분석과 반복 연습만으로 진행하지 않아서 신기했습니다. 우선 영화를 좋아할 수 있게 만들어주십니다. 고전부터 로맨스, 공포 등 정말 다양한 장르와 종류의 명작 영화를 추천해주십니다. 그리고는 그 영화에서 중요한 예술사, 촬영기법 등을 넘어 철학적, 인문학적 지식을 가르쳐주십니다. 자신의 영화적 취향을 확고히 하고 깊이 있게 파고드는 방법을 알려주십니다.
입시철이 되면 지원한 대학교별로 반을 나누어 수업을 하십니다. 각 학교의 성향에 맞는 전략으로 접근하여 기출문제를 풀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으로 입시를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던 때, 영화가 숙제처럼 여겨졌던 날이 있었습니다. 봐야할 영화들은 미뤄놓았고, 백지에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것은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영화가 제 꿈이 아닌 것 같다고 선생님께 말했을 땐 의심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원래 영화 입시는 확신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며 잘 하고 있다는 그 말이 제겐 큰 위로가 됐습니다.
제가 공부를 하면서 느낀 것은 영화 입시에 정답은 없다는 것입니다. 당장 문제집을 펴놓고 몇 개 틀렸고, 몇 개 맞았는 지 채점할 수도 없었고,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 가늠해볼 수도 없었습니다. 영화 한 편, 글 한 문장 더 재밌게 보고, 쓰는 것이 정답에 가까워지는 길이었습니다. 만약 그 길을 혼자 걸었다면 의심에 가득 차 방황했을 듯합니다. 하지만 나를 알고 내가 좋아할 만한 영화 한 편 더 추천해줄 수 있는, 서툴게 쓴 내 글 한 번 더 읽어줄 수 있는 선생님이 있었기 때문에 그 불투명한 입시를 뚫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