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O욱 (상동고)

씨네학당 선생님과 저는 중학교 3학년 때 우연히 스승과 제자로 만났습니다. 청소년 영화촬영 워크숍에서 선생님은 조교로 저희를 가르쳐주셨고,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청소년 부문 대상을 받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그때 저는 선생님의 추천으로 단편영화의 촬영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 계기로 촬영에 매력을 느끼고 영화를 전공으로 삼게 되었고 현재까지 촬영감독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는 좋아하던 영화에 중도 못하고 방황의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다가 사고를 내어 경찰서에 가기도 했고, 흡연과 반항, 그리고 결석을 일삼아 48시간 어머니와 외부 징계를 받기도 했던 꼴통이었습니다. 목표하는 대학 없이 ‘칸느에 보내주겠다’는 장난스런 선생님의 연락에 2학년 후반부터 선생님과 수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나리오와 이론을 공부를 하면서 방학 때나 주말을 통해서 영화 제작도 하였습니다. 총 단편영화를 3편을 연출하고, 주변에 연출하는 팀이 있으면 촬영으로 들어가 5번의 촬영을 맡았습니다. 여기서 선생님과 현장을 만들어가면서 UCC대회에서 대상 1번, 최우수상 2번에 영화제에서 대상 1번, 최우수상 1번를 받으면서 경험을 다져갔습니다. 촬영 때 현장에서 선생님과의 일화가 굉장히 많습니다. 초반에 시나리오나 콘티를 같이 쓰면서 마룻바닥에 누워 자기도 하고, 바락바락 우기다가 혼나기도 하고, 촬영 때는 현장을 못 굴린다고 머리통을 맞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수시 철이 다가오면서 제 성적에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선생님은 7등급으로는 감히 생각 못할 대학들을 지원하라고 추천해주셨습니다. 저에게 ‘너와 나는 고생한 정이 많기 때문에 꼭 대학은 보낸다’며 며칠 밤을 새워 충혈된 눈으로 제 포트폴리오와 자기 소개서를 봐주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수상경험에 비해 낮은 성적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4년제 대학 5개와 2,3년제 전문대학 2개를 합쳐 7개 대학의 원서비를 날려버렸을 때, 저는 문득 재수하는 누나가 생각나 서러웠습니다. 내신 7등급에 이야기 구성에서도 순발력과 구성력도 떨어지고 교수님들 앞에 서기만 하면 염소 목소리를 내던 저에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지만, 자책감에 며칠 동안 밥을 못 먹었습니다. 하지만 수시2차에 카드 하나가 남아 2,3년제 지방대에서도 합격을 하지 못했던 제가 자포자기 심정으로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서경대를 준비할 때는 선생님은 대학 안가도 된다고 안 그래도 떨어질 테니 그냥 마음 편안하게 보라고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습니다. 게다가 서경대 시험이 코앞에 다가왔는데 수업도 자주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나를 완전 포기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보려고 하지마라! 대학 안가도 된다.”, “후회 안 남도록 너 하고 싶은 말 모두 내뱉고 오너라” 이 두 가지만 명심하다 보니 이상하게도 계속 그 얘기를 들으니 진짜 모든 것을 놓고 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서경대 시험날 저는 염소 목소리도 내지 않고 차분하게 하고 싶은 말들을 다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수상실적들을 설명하고 교수님들이 주목해주니 더욱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저가 자주하는 잘난 척도 하게 되었고 촬영에 대한 설명을 하다 보니 진짜 신나게 떠들었습니다. 시나리오 분석도 현장에서 영화를 많이 촬영해본 학생이 아니면 대답할 수 없는 디테일과 세팅을 중심으로 설명하였습니다. 맨 끝에 앉아계신 무뚝뚝한 교수님까지 저에게 집중해주면서 면접 분위기는 역대 최고라고 생각했습니다.

면접장을 나오고 나서도 이대로 떨어져도 후회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상업영화현장에 굴러본 듯 내공을 뽐낼 수 있었던 이유는, 선생님과의 많은 만남, 교육, 그리고 단편현장에서 배운 스킬들이었습니다. 선생님과 함께 있는 시간들이 많았기에 같이 차에서 이야기하고, 숙제를 미뤄 혼나고, 단편영화현장에서 웃고 떠들면서 했던 모든 말과 경험은 피와 살이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원했던 대학교는 일단 영화를 전문적으로 배우는 곳이었고, 옵션으론 집에서 가까워 통학을 할 수 있는 곳이라 행복합니다. 저는 인서울 4년제에 합격할 줄은 꿈에도 몰랐고, 지금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선생님을 만나서 대학보다 더욱 중요한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되었고 열정적인 온도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스승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