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O현 (경북사대부고)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저의 장래희망은 갈피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특별한 동기부여가 없어서 그랬는지, 하고 싶은 분야는 너무나도 많았지만 그 중 하나만 고르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단편 영화 한편을 찍게 되었습니다. 평소 사진과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영상 촬영에도 취미를 가지게 되었고, 저의 꿈은 점점 영화 촬영으로 수렴했습니다. 3학년이 되기 직전에 저는 영화과 준비를 위해서 학원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긴 웹서핑 끝에 첫 번째로 찾은 한 학원, 그것은 바로 씨네학당 이었습니다. 대구에 살던 저는 서울까지 학원을 가야 할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용도 많이 들 것이고, 학원을 다닌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부모님께서는 일단 한번 해보는 게 좋지 않겠냐며 저에게 제안하셨고, 저는 과감하게 도전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3월 초에 학원 상담을 위해 씨네학당에 방문했었습니다. 상담을 하며 제 성적과 관련해서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어느 대학교를 갈 수 있는지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때 처음 서울예술대학교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땐 몰랐었습니다. 제가 그 학교에 합격하게 될 줄은. 나중에 학원에 들어가서도 상담을 몇 번 했었는데 그때 원장 선생님께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말하기를 좋아했던 저의 모습을 어느새 포착하셨는지 저에게는 면접 전형이 딱 맞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사정상 주말 반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학원에 들어갔을 때 원장 선생님의 수업 방식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단순히 강의 방식으로만 진행하기보다는 예시 사진, 영상들을 가지고 수업하셨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저는 수업보다는 선생님하고 잡담 하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학원을 등록하고 얼마 되지 않아 영화과 준비 반에 이후경 선생님이 오셨는데, 저희에게 스토리와 영화 이론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한 번도 영화 이론을 배워본 적이 없던 저는 후경 선생님의 수업이 새롭고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후경 선생님은 논술 숙제를 자주 내주었는데, 여러 코멘트를 통해 저에게 다방면으로 논리적 사고를 하는 힘을 기르게 해 주신 것 같습니다. 언젠가 직접 다시 만나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네요.

 저는 학원에서 작품을 준비하기보다는 저 혼자서 친구들을 데리고 작품 제작을 했었습니다. 원장 선생님도 제가 약간 특이한 경우라고 말씀하셨는데, 학원 친구들을 보니까 이해가 되더라고요. 저는 선생님께 말씀 드리고 수업을 빼고 친구들과 단편 영화를 제작한 일이 몇 번 있습니다. 평소에는 캐논 70D를 썼지만, 가장 마지막으로 찍은 단편 영화는 캐논 C100 마크 2를 사용했었습니다. 그 단편 영화를 제작하게 된 것은 스토리보다는 장비와 영상 색감, 퀄리티에 욕심이 많았던 저의 결정이었는데, 그 작품이 저에게 그렇게 도움이 될 줄을 몰랐었습니다.

 원서 접수를 하고 실기 준비 기간이 되자, 학원에 늦게 남는 일이 많았습니다. 원장 선생님의 특강을 듣거나, 면접 준비를 하느라 주말은 언제나 바빴습니다. 주 중에도 가끔 학원으로 달려가 수업을 듣곤 했습니다.

 그렇게 면접을 열심히 준비했지만, 첫 면접이었던 성결대학교 면접을 아주 잘 망쳐버렸습니다. 긴장하는 바람에 준비한 대답을 잊고 완전히 다른 말을 해버린 것입니다. 원장 선생님께서는 다음부터 그런 실수를 하지 않으면 된다 꼭 기억하고 있으라며 말씀하셨습니다.

 어느새 서울예대 면접이 제 코앞까지 다가왔습니다. 서울예대 면접 역시 전날까지 준비했었는데 원장 선생님과 11로 실전처럼 연습했습니다. 사진 분석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었는데, 사진 분석 진행 방식은 TV 화면에 사진 한 장을 띄워 놓고 사진을 분석하는 것이었습니다. 원장 선생님께서 띄워 놓으신 사진이 조금 분석하기 어려운 것이었는지, 제가 부족한 것이었는지, 대답을 조금씩 망설였습니다. 원장 선생님은 저에게 괜찮다면서 같이 분석해보자고 제안했고, 사진 속의 의미, 주제, 촬영 방식, 구도 등으로 다양하게 분석했습니다. 그제서야 감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질의응답을 할 때는 원장 선생님께서 좋아하는 촬영 감독, 촬영이 잘 된 작품 등 촬영 전공에 맞는 질문을 하셨고, 저는 원장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준비했던 것들을 말했습니다. 수업을 들으면서 느꼈던 것인데, 너무나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과를 희망하는 사람으로서는 입시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자신이 좋아하는 감독, 작품 등과 이유를 가슴속에 품고 있어야 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학생들에게 입시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을 원하는 원장 선생님이 있는 씨네학당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예대 면접 날. 하필 오전에 세종대학교 실기가 겹쳐버렸습니다. 그리고 면접 준비를 당일 새벽 4시까지 했고, 숙소에서 잠을 두 시간밖에 못 자는 바람에 컨디션도 최악이었습니다. 세종대 실기를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서울예대로 바로 향했습니다. 첫 번째 실기는 글쓰기였는데, 주어진 주제에 대해서 제 생각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 실기를 마친 다음 면접을 위해 대기실로 이동했는데,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짜증 나고, 피곤하고 지루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한두 시간쯤 기다린 것 같았는데, 기다리는 동안 원장 선생님께서 주신 2016학년도 서울예대 촬영 합격자 면접 복기 요약 본을 읽었습니다. 읽는 내내 감탄했습니다. 이 사람은 면접을 정말 스무스 하게 봤구나 하면서요.

 오랜 기다림 끝에 제 차례가 되었고, 저는 면접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교수님이 한 3명 정도 계실 줄 알았는데, 7명이나 계셔서 속으로 놀랐습니다. 그래도 저는 차분히 사진 분석을 하고, 제 이야기를 했습니다.

면접을 하는 동안 재미있는 교수님 한 분이 계셨었는데, 제 이야기를 들으면서 뭔가 반가워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맨 왼쪽에 계셨던 교수님이 저에게 촬영 경험이 몇 번 있냐고 질문하셨을 때, 제가 단편 영화를 촬영했던 것을 설명하다가 평소에 70D를 쓰다가 마지막에는 캐논 C100 마크2를 써봤다고 살짝 언급했습니다. 갑자기 그 교수님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70D보다 C100 마크2가 어느 것이 더 좋은지 물어보셨습니다. 예전에 친구들과 단편 영화를 촬영하는 내내 70D를 욕하며 C100 마크2를 찬양하던 저의 모습이 뇌리에 스쳐 지나갔고, 저는 막힘 없이 제가 직접 느낀 C100 마크2의 장점을 말했습니다. 제 대답을 듣던 교수님의 표정이 잊히지 않습니다. 다른 교수님들은 정색하고 있는데, 혼자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계셨습니다. 저도 대답을 하고 나서 속으로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른 학교 실기까지 모두 마치고 나서 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상향으로 지원했던 대학교 중에서 3개나 불합격하고 나서 저는 대학교 발표일을 신경 쓰지 않고 있었습니다. 1031,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학교에서 8교시 보충 수업을 듣고 있었습니다. 자습을 하다가 시간을 보려고 휴대폰을 보는데 원장 선생님으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습니다. 왜 갑자기 전화를 하셨을까 의문이 들더라고요. 제가 눈치가 너무 없어서 그랬을까요?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원장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보세요라는 말에 바로 이어서 휴대폰 건너편에서 정말 예상치도 못한 말이 들려왔습니다. 원장 선생님이 갑자기 저에게 축하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날이 서울예대 합격자 발표 일이었던 것이죠. 하지만 그 후로는 불합격 행진이었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써 봤는데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는 시련을 덜 겪은 것 같네요. 천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원장 선생님께서 저에게 말씀하신 게 기억납니다. 다른 애들이 고생한 것에 비해서는 제가 편하게 간 경우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분야를 쫓아 와서 그런 덕을 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과를 준비하며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처음에 학원 수업을 들을 때는 즐겁고 신기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했었습니다. 이게 과연 영화과를 준비하는데 도움이 될까? 라며 말이죠. 나중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쓸모 없는 가르침이란 없다는 것 말이죠. 올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다른 영화과 학원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영화과를 준비하던 것이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같네요. 저에게 다양한 가르침을 주셨던 민혁쌤, 후경쌤께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학원에 다니기 전의 저 자신과 지금의 저를 비교하면 정말 많은 것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주셨던 가르침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다른 학생들도 씨네학당에서 모두 합격의 길을 걸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