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O욱 (서울디자인고)

안녕하세요. 바로 어제, 결과가 발표나자마자 세종대 영화예술과 예치금을 납부하고 온, 어제 다섯 시 이후부터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이는 정O욱입니다. 실기 준비도 얼떨결에 8월 후반부터 시작하게 된 제가 이런 글을 쓰고 있다는 게 꿈 같네요.. 저는 디자인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현역 때 입사관전형으로 과도 상향 수시를 지르다가 올킬 당하고, 정시 역시 말도 안 되는 등급이 나와서 대충 점수 맞는 지방대 산업디자인과에 원서를 넣고 수시로 반수 할 생각을 했습니다. 약 3개월 동안 타지에서 외롭고, 어둡고, 살만 찌는 대학 생활을 하는 동안 제게 생긴 취미는 노트북에 영화를 다운 받아 보는 거였어요. 원래 성격 자체가 굳이 안 해도 되는 고민까지 사서하는 성격이라 스스로 많이 피곤하고 당시엔 유난히 더 힘들었기 때문에 지쳐있었는데, 혼자 영화를 보는 두 시간 동안에는 온전히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편했던 게 첫 번째 이유였고, 영화를 본 후에도 그 영화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거나 스스로 해석해보면서 남은 하루를 버틸 수 있었던 게 두 번째 이유였어요. 원래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었고, 직업으로도 삼고 싶었지만, ‘영화는 천재들만 하는 거고, 하는 사람만 하는 거다.’ 라는 생각이 박혀있었어요. 또, ‘디자인처럼 좋다고 했다가 또 쉽게 질리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영화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냥 취미로만 즐기자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는데, 올해 4월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이라는 영화를 보고, ‘아 저런 영화 진짜 만들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어 제 스스로와 했던 약속을 깨게 됐네요. 반수를 위해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수시로 넣을 대학을 알아보던 저는 특성화고 전형으로 디자인과만 쓸 생각을 했었는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라는 영화를 본 후, 영화과를 가고 싶고, 한번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던 저는 혼자 계속 고민하다가 8월 말이 되어서야 아빠에게 제 생각을 말씀 드렸어요. 일단 학원을 알아보라는 말에 그냥 네이버에 쳐서 바로 뜨는 학원들을 알아봤는데, 연락을 하니까 이미 마감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어딜 가야되나 하는데 아빠가 인터넷을 찾아보다가 씨네학당을 알려주셨고, 제가 살던 곳에서도 강남보다는 훨씬 가까웠고, 익숙한 홍대였기 때문에 한번 상담이나 받아보자 하는 마음으로 찾아가게 됐어요. 제가 생각했던 학원 원장 선생님의 이미지가 아니었던 원장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너무 늦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에도 충분히 가능성 있다, 서울예대, 세종대도 지원할 수 있다. 하시더라고요. 일단 알겠습니다하고 다음 날 강남에 있는 학원에도 상담을 가게 됐는데, 너무 기계적으로 저를 대하고, 제가 생각하는 학교를 말씀드리니까 상향이라고 아예 딱 잘라 말하는 걸 듣고 다시 자신감을 잃었었어요. 그래도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다시 씨네학당에 찾아가니까 원장쌤이 저희 아빠한테 “꼭 대학 보내드리겠습니다.” 라고 말씀해주시는데 그 당시엔 ‘못가면 어떻게 하려고 저렇게 확신을 하실까..’ 했는데, 결국 진짜 보내주셨네여.. 아마 8월 25일, 실기를 약 1달 반 정도 앞두고, 영화 입시에 대해서 문외한이었던 저는 학원에 다니면서 입시를 준비하게 되었어요. 가장 불안했던 점은 얼마 남지 않았던 시간도 시간이었지만, 제 성격상, 부담감 같은 이유 때문에 또 금방 질려하고 그만 두고 싶어질까봐 혼자 불안해하며 입시를 시작했어요.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밤을 새며 남들보다 배로 이론을 외우고, 과제를 하고, 영화를 봤다는 건.. 거짓말이고, 저는 타고난 게으름 때문에 선생님께서 보라는 영화도 잘 안보고, 서울예대 글쓰기 과제도 몇 번 빼먹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학원에서 영화 문법과 이론을 배우고, 해당 이론과 관련 된 영화 자료를 보며 하나하나 알아가는 그 시간 동안에는 여태까지 그 어떤 것을 배울 때 보다 즐겁게, 그리고 진지하게 임했던 것 같아요. 제가 살면서 집에 가서 스스로 복습한 건 영화이론이 처음일 거에요. 실제로 영화를 참고하며 진행되는 수업 자체가 재밌기도 했고요. 원장쌤도 재밌어요. 이론을 배우다보니 어느덧 지원 대학을 정해야 할 시기가 왔는데, 선생님께서 세종대와 단국대, 용인대, 서울예대를 지원해보라고 권유해주셨어요. 늦게 시작한 만큼 부족한 게 많았던 제가 지원하기엔 너무 높은 대학들이라는 생각에 못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는데, 선생님께서 하면 된다고 해주셔서 쌤을 믿고 원서를 넣고, 약 3주 전부터 각 대학별로 거의 매일 수업을 하며 실기를 준비했어요. 세종대 1차 실기일이 9월 27일, 가장 먼저 시작되고, 다른 대학에 비해 약 열흘정도 빨리 시작해서 더 촉박하게 수업을 진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다는 것에 자신감을 잃고, 이야기 구성하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웠던 저는 실기시험을 이틀 남겨두고 처음으로 모든 의욕을 상실했었어요. 수업도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모의로 보는 실기시험도 빨리 쓰고 집 가자는 생각으로 써낸 후, 집에 와서 평소보다 일찍 잠들었는데, 그런 제 모습이 다 티가 났는지, 원장쌤께서 카톡으로 힘든 거 너무 잘 안다고 자신도 최선을 다 할테니, 조금만 힘내주라고 보내주셨더라고요. 그리고 그 날 마지막 세종대 대비 일대일 수업에서 제가 이야기를 구성하는 게 너무 어렵다고 하니, 니가 가장 잘 아는 이야기를 쓰라고 조언해주셨는데, 원장쌤의 이 말이 제가 세종대에서 쉽게 글을 쓰고 나올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이 됐던 것 같아요. 학원에 다닌 지 이틀 됐을 때, 일대일 수업을 했었는데 그 때 원장쌤께서 이야기는 원래 자기가 가장 잘 아는 이야기를 적는 거라고, 너가 겪었던 일 중에서 이야기가 될 만한 것이 있냐고 물어보셨었어요. 제가 뭘 말해야 될지 몰라서 말을 못하고 있으니까 직접 먼저 말씀해주시면서 제 이야기를 이끌어 내주셨고, 결국 남들한텐 별거 아니라고 생각 한 제 콤플렉스는 저를 대학에 붙게 만들어줬네요. 진짜 조금의 기대도 안했던 세종대에서 1차 합격을 하고, 면접을 준비해야하는데 서울예대 면접에 더 비중을 두며 수업을 받으니, 세종대 면접 준비는 결국 2차 실기 하루 전에 하게 됐어요. 전날 학원에서 새벽 4시까지 면접 준비를 했지만 완벽하게 서울예대 시험을 말아먹고 온 저는 세종대 면접 준비 때 또 의욕을 잃고 대답 방향을 못 잡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밤 11시에 작년 실기우수자전형으로 합격 한 세종대 선배를 부르셨어요. 그 분이랑 같이 가볍게 이야기도 나누면서 면접을 준비하니까 서울예대에서 잃어버린 의욕도 되찾게 되고, 마지막 남은 실기학교였던 세종대에 대한 의지를 다시 불태울 수 있었어요. 제 실기 하나 때문에 직접 아는 분을 통해서 세종대 선배분을 부르셨던 원장쌤의 재빠른 판단력에 한 번 놀랐고, 티는 안냈지만 되게 감사했어요. 새벽 3시까지 세종대 선배분과 진짜 수다 떨 듯이 편하게 면접 준비를 한 후에, 선생님들 앞에서 모의 면접을 보는데, 원장쌤께서 글에 대해 해주신 질문이 당일 날 실제 면접에 똑같이 나와서 되게 놀랐었어요. 원장쌤이 절대로 모범답안 외우지 말고 그냥 너가 하고 싶은 말 솔직하게 하고 오라고 마지막으로 조언 해주셨는데, 실제로 세종대 면접에서는 준비 했던 대답이 아니라 제 진심을 말한 덕분에 붙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세종대 면접을 준비하면서 제가 왜 서울예대 면접을 말아먹었는지도 알게 됐고요. 허허 약 한 달 반의 실기 준비는 세종대 면접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어요. 학원에서 밤을 새면서 실기 준비를 하는 건 들어보지도 못했던 일이라 처음엔 당황했는데, 이틀 동안 학원에서 밤을 새는 게 하나도 안 짜증나고 오히려 재밌어서 신기했어요. 실기 보러 다니고, 학원에서 같이 밤새면서 말 트게 된 학원 애들이랑 대화하는 것도 재밌었고요. 학원자체가 되게 자유로운 분위기라 더 편했던 것 같네요. 저희 같은 학생들이야 하루, 이틀정도만 밤을 새면 된다지만, 학원쌤들은 거의 일주일을 밤을 새시면서 가르치시니 엄청 힘드셨을텐데, 진짜 변함없이 열정 그 자체로 수업을 해주신게 기억에 남고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네용.. 이번에 실기시험도 다 겹치고 한 번에 많은 학생들을 적은 인원의 선생님들께서 가르쳐주셔야해서 솔직히 걱정도 조금 됐는데, 정말 한 명, 한 명 섬세하게 다 봐주시고, 일대일 면접 수업도 진행해 주시고, 신경써주셔서 놀랐어요. 고맙습니다. 영화과 입시는 단순히 대학을 가기 위해서만 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물론 대학이 첫 번째 이유니까 입시라는 말이 붙겠지만, 입시를 위해 뭔가를 시작하면 쉽게 질려 할 거라는 저의 예상과는 달리, 저는 영화과 입시를 하고 영화를 더 좋아하게 됐어요. 용인대 영화 분석 수업을 하면서 자주 접하지 못했던 단편 영화만의 재미를 알게 됐고, 모든 장면마다 감독의 의도가 들어갔다는 것을 배우니 영화를 볼 때도 이전보다 훨씬 깊게 감상할 수 있게 됐어요. 서울예대 대비 수업이 저는 가장 재밌었는데, 관련 영화를 보며 배우는 이론을 통해 제가 좋아하는 것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기분이 들었고, 하나하나 배울 때마다 정말 엄청 뿌듯했거든요. 비록 면접 대비를 할 때는 갱년기 여성 같다, 여자 찐따인가 라는 말을 들으며 여린 마음에 상처를 입었지만, 이런 원장쌤의 악의 없는 말 덕분에 면접뿐만 아니라 평상시에 생활 할 때에도 제 문제점을 알고 고쳐야하는 경각심을 느끼게 되었어요.^^하하. 얘기가 다른 곳으로 샜는데, 아무튼 저는 반수를 하게 된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반수를 하지 않았다면 제가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했을 것이고, 그냥저냥 고등학교 전공 살려서 살다가 그냥저냥 갔을거에요. 제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배우니까 입시라는 생각도 안들고,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학원 가는 길도 하나도 안 힘들더라고요.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으세요! 좋아서 하다보면 뭐라도 된다는 말이 틀린 게 아니라는 걸 저는 학원 다니면서 알게 됐어요. 진짜 영화가 좋은데 입시하기 두렵다고 안하는 사람은 멍청한 겁쟁이에여.. 저 같은 겁쟁이도 했는데.. 그리고 혹시나 늦었다고 생각하고 주저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절대 주저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도 한 달 속성으로 준비 한 세종대에 제가 붙는다고는 생각도 못했었거든요. 다른 대학은 다 예비 받고 떨어졌지만, 저는 예비 순위 안에 들었다는 것만 으로도 기뻤어요. 세종대는 물론 그날 제게 한 10년치 운이 따라줬던 것 같긴 하지만, 그냥 원서비 12만원 아까워서 빵이라도 받아올 생각으로 시험 보러 간 거였는데, 이렇게 합격하게 됐네요..! 참고로 세종대 빵 안줍니다. 모나미 볼펜이랑 전자기기 넣는 지퍼백 하나 주니까 기대하지마시고요.. 그리고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실기시험 보고 밖에 많이 놀러 다니면서 마음 가볍게 즐기시길 바랄게요. 저는 엄청난 유리멘탈이라 실기 다 끝난 날부터 결과 발표 날까지 약 두 달간 살아도 사는 게 아닌 것 같았거든요. 친구들도 다 대학생에 회사원이라 만나지도 못하고 맨날 방 안에 틀어박혀서 수만휘 후기나 찾아보고 그랬는데, 정말 비생산적인 짓이에요. 저는 다 지난 뒤에 깨달았지만 이걸 읽으시는 분들은 제발 안 그러시길 바랄게요. 제가 방에서 하루 종일 초조해할 때 원장쌤께서 밖에 나가서 사람 좀 만나고 유리멘탈 다잡으라고도 조언 해주셨었는데, 쌤 말씀처럼 사람은 사람을 만나야해요.. 이렇게 말하고 보니까 원장쌤이 해주시는 말씀은 진짜 다 도움 되는 말이네요. 그니까 실기 끝나면 그냥 미친듯이 놀러다니든지, 수능 공부만 죽어라하든지 하시길 바랄게요.. 전 둘 다 못한 사람입니다.. 이걸 다 읽으신 모든 영화과 입시생분들 입시대박 나시길 바랄게요. 피스..앤드 원럽… 그리고 쌤 대학 합격 시켜주신 것 이외에도 도움 되는 조언이나 재밌게 수업 진행해주신 것 고맙습니다. 다음에 세종대 면접 정보 필요할 땐 저 불러주세여. 정보 다 캐낼게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