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학당에 오기전
저는 대학에 관심도 없고 공부도 안 하는 학교에서 잠만 자는 내신 바닥인 아이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러다 3학년 때 직업 반을 통해 영화방송과에 들어가게 되었고 어렸을 때 영상 찍었던 일이 재밌었었기 때문에 더욱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2016년 7월부터 씨네학당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 수시와 정시
수업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영상뿐만 아니라 영화까지 통틀어서 가르쳐 주셨는데 그때가 한창 미쟝센에 대해서 수업을 하실 때였습니다. 솔직히 수업 때 모른다고 하면 쪽팔려서 집에 가서 찾아봤는데 자꾸 샴푸얘기만 나와서 짜증 났던 기억이 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단편 영화를 찍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처음으로 시나리오를 써보는 것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학원 친구와 저와 선생님은 매번 수업이 끝나고도 학원에 남아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었습니다. 시나리오뿐만 아니라 장비도 빌리고 배우들도 캐스팅하는 과정들이 처음이라 어려운 것보다는 무서웠습니다. ‘잘못되면 어떡하지? 내가 못해서 팀원들 고생시키는 것이 아닐까?’라는 고민이 많이 들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추억이지만 그때 당시에는 항상 포기할까? 하며 이불 뒤집어쓰고 울었던 날도 있었습니다. 팀원들에 의지해 어찌어찌해서 영화가 만들어졌고 100퍼센트 만족은 아니지만 그래도 만들었다는 사실에 뿌듯하긴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수시시험 때 영상분석으로 미생이 나왔는데 재작년 드라마가 나왔다는 사실에 당황했습니다. 봤었던 드라마이고 굉장히 눈에 띄는 연출이 있는 장면이었지만 저는 그걸 발견을 하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탈락이었고 저는 바로 정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정시 때는 29초 영화제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한 일주일? 동안 학원 친구들이랑 홍대 카페에서 밤을 새웠었는데 새롭게 내는 아이디어마다 선생님에게 까여서 얘기하기가 두려워 서로 미루기도 했습니다. 선생님의 조언으로 ‘한 지붕 세대 공감’이라는 정책을 활용해 어르신과 대학생 사이의 벽이 허물허지는 느낌으로 영상을 촬영하게 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만든 영상은 운이 좋게도 특별상에 수상하게 되었고 저는 학교에서 받은 상을 제외하고 난생처음 영상으로 상을 받아봤습니다.
그리고 정말 기분이 좋았던 건 제가 상 받는 영상을 부모님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내며 자랑하는 걸 알게 되었을 때였습니다. 그 전까지는 솔직히 저는 자랑할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공부도 못했고 노는 것만 좋아하는.. 그 이후부터는 정말 부모님이 이쪽에 대해서 확신하고 저를 밀어주신 것 같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서울예대 정시 시험을 보러 가는 날 지하철에서 어머니와의 통화에서 응원을 들었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정시 시험은 수시보다는 스무스하게 흘러갔습니다. 영상분석도 봤었던 도깨비가 나왔고 잘 해낼 수 있었습니다. 수시 때본단 면접에서 영상에 대한 어필도 잘되었던 것 같습니다. 결과 때까지 초조한 하루하루가 지나갔고 결과 날 전 좌절에 빠졌습니다. 예비 1번 원장선생님은 빠질 거라고 다독여주셨지만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전 너무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재수
저는 성적을 맞춰 대학교에 진학하였고 sns로 보는 친구들의 대학 생활은 점점 더 저를 자괴감에 빠지게 하였고 또한, 예대에 대한 제 마음을 증폭시켰습니다. 1학기를 다니는 동안에도 원장선생님은 저에게 꾸준히 연락을 해주셨고 저는 인문학적인 부분이 부족하다며 지적해주셨습니다. 저는 기숙사에 생활 하는 동안 적어도 2주에 한 권은 꾸준히 보았습니다. 그게 도움이 됐을지는 모르지만, 아무것도 안 하며 불안함을 느끼는 것보단 나았습니다.
드라마도 꾸준히 챙겨보았고 저는 1학기가 끝나자마자 휴학을 하고 다시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다니자마자 원장선생님과 함께 단편 영화를 준비했습니다. 선생님과 얘기하다 보니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고 저는 그중에서 제 실화인 첫사랑 여자친구에 관한 이야기로 선택했습니다. 프리 프로덕션 과정에서부터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제가 항상 매번 똑 부러지지는 못한 성격이라 선생님은 그런 저를 위해 학원에 나온 누나 한 명을 저한테 붙여서 제가 잘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습니다. 저는 반수를 시작한 6월 전에는 다른 친구들의 작품들에 스탭으로 참여해 영상제작 활동을 해왔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제 작품을 찍을 때는 아무도 선뜻 나서주지 않더라고요. 제 인간관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작년에 학원을 같이 다닌 음향전공 친구의 도움으로 스탭을 다 꾸릴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촬영 전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소품은 물론이거니와 수정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 태산이었고 당장 어떻게 찍을지 답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작을 맡아준 누나가 제가 선택을 잘할 수 있게끔 이끌어주었고 조연출을 맡은 학원 동생은 제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주었습니다. 촬영 중간중간 원장선생님은 커피를 사 오기도 하고 제가 잘하고 있는지 실수한 부분은 없는지 체크하셨습니다. 그때는 선생님과의 의견충돌이 짜증 나기만 했는데 막상 결과물을 확인했을 때는 선생님 말씀이 옳았던 것 같아서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출품 날까지 거의 매일같이 학원에서 밤을 새웠고 그 노력의 결과인지 동랑예술제에서 촬영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마치 대학에 합격한 듯이 기뻤습니다.
동랑예술제가 끝나고 원래의 학원으로 제자리를 찾고 나서는 수시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시험을 보는 것처럼 순서를 정해놓고 실기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작문과 영상분석 그리고 면접. 작문과 영상분석은 학원이 끝나고 제가 스스로 연습한 시간이 많아서 그다지 어려운 부분은 없었지만, 면접이 항상 문제였습니다. 원장선생님은 저의 단점들을 찾아주셨고 그 부분에 조언을 해주셨지만 쉽게 좋아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매일매일 학원에 다니다 보니 어느덧 실기시험날이 왔습니다.
시험 전날 저는 영상분석은 항상 제가 받은 느낌 중심적으로 분석을 해왔었는데 조금 더 연출적으로 분석하라는 선생님의 코멘트를 받고 배우들의 의상과 공간에 대한 연출적인 요소들을 체크하며 연출적으로 분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긴장이 안 될 줄 알았는데 막상 당장 내일이 시험이라고 생각하니깐 긴장이 되더라고요 면접은 하루아침에 안 되는 걸 아니까 뭐가 나올지 모르는 작문을 조금이라도 더 정리하고자 작문 노트만 계속 봤습니다. 시험장 안에 들어가서 폰을 끄기 전에 원장쌤과 카톡을 하는데 “너가 최고다. 시원하게 봐라. 못 붙으면 화순 가면 되지”(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지역)라고 하셨는데 응원인지 놀리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피식 웃으며 긴장이 조금 풀어진 것 같았습니다. 작문 용지를 받자마자 소리 지를뻔했습니다. 솔직히 어떤 이론이 나와도 제가 공부한 것 중에서 나올 것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제가 가장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UHD가 나와서 정말 한 번도 막힘없이 펜으로 끄적여 내려갔습니다. 그다음 영상분석에는 하백의 신부가 나왔었는데 어제 선생님의 코멘트가 생각나 의상과 공간을 먼저 체크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상분석을 정리할 때는 그 부분은 제외했고 발표할 때도 그 부분을 말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심길중 교수님이 연출인데 ‘연출적인 요소로는 분석을 안했네?’라고 하셨을 때 아차! 하며 그때 메모한 것들을 머릿속에서 바로 끄집어내서 말했습니다. 작문에 대해서는 여러 질문을 받았지만 면접 과정에서는 중간중간 정적이 너무 많이 흘렀습니다. 제대로 된 질문 하나 받지 못했고 저를 제대로 어필하지 못한 면접이었습니다. 어느덧 종이치고 저는 이대로 가면 백퍼센트 탈락이라 생각하며 한마디만 하면 안 되겠냐고 여쭤본 후에 제가 이때까지 해왔던 활동들과 저에 대해 어필했습니다. 그러고 한 1분 정도의 시간 동안 더 면접을 진행했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1분 동안의 면접이 저를 합격으로 이끌어 준 것 같습니다. 면접이 끝나고 선생님과의 전화 통화에서 그 정도면 잘했다고 붙으실 거라 말씀해주셨습니다. 결과 날까지 하루 이틀이 지나가고 저는 신촌 연세로에 있는 할리스 커피에서 선생님과 전화를 하면서 합격발표를 봤습니다. 처음에는 제 노트북에는 합격자가 아직 안 떠서 선생님이 합격이라 하셨을 때 거짓말인 줄 알고 반신반의했지만, 곧 합격통지서를 보는 순간 너무 기뻐서 손도 떨렸습니다.
마치며..
제가 이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들한테 말씀드리고 싶은 건 학원에서 도와주는 것과 개인이 해야 하는 것은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프로그램, 영화 감독 이런 건 원래 영상을 하고 싶으면 가지고 있어야 하는 기초적인 부분 같습니다! 저도 부족한 부분들이 엄청 많은데 합격한 걸 보면 여러분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6년부터 다닌 씨네학당은 저에게 있어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었습니다. 공부도 공부지만 선생님과의 관계에 있어 인생에대해서도 공부를 한 것 같고요. 좋은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다시 학원에 다닌다고 해도 여지없이 씨네학당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이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들도 꼭 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