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O기 (충암고)

사실 합격후기를 안쓰려고 했습니다 학원쌤에게 부탁을 받았을때 1년동안 큰 도움을 받았으니 이정도는 해야지 라는 생각에 바로 글을 써봤는데 너무 흔하고 오글거리는 합격후기글이더라구요 그래서 계속해서 합격후기를 쓰는걸 미루고 어느 순간부턴 합격후기를 잊어버린채 살았습니다. 그렇게 살다가 친한친구의 여자친구에게 한 여자애를 소개 받았는데 무쌍의 외모에 활발한 성격 까지 너무 맘에 들어서 엄청 들이되며 만남을 이어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랑은 너무 다른 사람이더군요 저는 저랑 달라서 더 좋았지만 그분은 아닌가봅니다. 활발하고 활동적인 사람이 우울한 투덜이가 맘에 들리가 없죠 그래서 모든 문제를 저에게 돌리고 왜 나는 이럴까 라는 답없는 질문을 계속 저에게 던지며 하루하루 살아가던중 문뜩 합격후기가 떠올라서 같이 입시를 준비했던 동생들의 합격후기를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곤 합격후기를 다시 써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복잡한 저의 맘이 미뤄 두었던 합격후기를 씀으로써 정리되길 바랍니다.

저는 재수생이였습니다. 

대학을 갈 생각이 없는 합격후기 첫 마디를 때는 흔한 말처럼 정말 고3의 저는 대학에 대한 생각이 없었습니다. 딱히 좋아하는것도  없고 노력이란걸 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도전 했다가 실패하는게 두려워서 계속해서 도망치며 살아왔습니다. 고3 졸업식때 북적북적한 강당안에서 혼자 있는듯한 기분이였습니다 멀 해야할지도 모르는데 대학도 안가고 친구들은 앞으로 전진하는데 저는 자꾸 퇴보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졸업식을 벗어나 집으로 달렸습니다. 저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에도 저는 도망친거죠 가족과 친구들에게 모진말을 뱉고 졸업식에서 도망친 저는 방안으로 숨었습니다. 그렇게 방안에서 1달을 숨어지낸거 같습니다. 실패가 저의 앞에서 사라져주길 바라며 물론 대학에 붙지 못햇다고 해서 실패를 했다는게 아닙니다 저는 목표도 학교도 삶의 열정도 없었으니까요. 계속해서 실패가 사라져 주길 바랬지만 이번엔 사라지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재수를 하기를 택했습니다. 실패가 저에게 오지 않도록 1년의 유예시간을 번겁니다. 재수를 하기로 하고 독서실을 다닐때 저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습니다. 평론가나 번역가가 되서 영화를 즐기며 살고 싶었습니다. 독서실에서 공부는 안되고 그냥 고전영화나 봐보자라는 맘에 히치콕의 ‘레베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그리고 영화과에 가기로 맘을 먹었습니다. (고전영화가 저에게 어떤 영향을 끼친지에 대해서는 그냥 생략하겠습니다) 영화과에 가려면 실기 준비를 해야하는데 방구석에 박혀 지내던 저에겐 학원을 가는거 조차 커다란 도전이였습니다. 폐인같이 지내는 아들이 학원 다니는거 조차 망설이자 어머니께서 학원을 알아보셔서 저에게 알려주었습니다. OOOOOO과 씨네학당을 소개해 주셨고 저는 씨네학당의 이름이 재밌어서 씨네학당을 골랐습니다. 학원을 다니면서도 몇번의 위기가 있었습니다. 첫번째는 스스로에대한 고민이였는데 제가 영화를 하기로 택한것이 도피성으로 택한게 아닐까 라는 생각에 빠져 허덕였습니다. 솔직하게 같이 학원을 다닌 동생들중에 도피처럼 보이는 동생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머라고 이런걸 판단할까요? 아무튼 그런 동생들을 보며 스스로에게도 물어봤습니다 혹시 입시에 치여서 영화입시로 날아온거 아니냐고 저 스스로도 부정하는 생각이죠 만약에 사실이면 정말 스스로 너무 추해지니까 솔직하게 말하면 50%인거 같습니다. 애초에 영화를 좋아했던 이유도 현실에 만족을 못해서 이니까요. 혹여나 이글을 보고 영화입시를 준비하시는 분들이 너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가슴이 살짝 따가운것 만으로도 충분히 양심적이니까요. 정말 도피성으로 영화를 택한 친구들은 따가운지도 몰라요.

두번째는 동랑예술제 편집 때 찾아왔습니다. 시나리오가 맘에 들지 않아 계속해서 고쳐 쓰다 촬영일이 되서야 시나리오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촬영도 콘티없이하고 배우 캐스팅도 전날에 급하게 했습니다. 정말 제가 만든 단편영화는 쓰레기였습니다. 처음에는 단편영화의 실패를 학원쌤 탓으로 돌리려 했습니다. 그리고 같이 촬영을 도와준 스태프들 탓을 했습니다. 저는 정말 병신입니다. 모든 문제는 저에게 있는데 또 저는 실패하는게 두려워서 저를 도와준 고마운 사람들을 욕하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저와 달라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실패를 불러왔습니다. 그리고 저를 맘껏 때리도록 두었습니다. 편집이 끝나고 피범벅이 된 저는 집으로가 침대에 누웠습니다. 분명히 고3때랑 같은 상황입니다 실패를 했고 방안에 있는데 왜이리 다르게 느껴질까요. 제가 잘나서 대학에 합격했다고 생각안합니다. 같이 입시를 준비한 동생들 자기일처럼 열심히 입시를 도우시는 선생님들이 없었다면 합격하지 못했겠죠 그리고 만약에 대학에 떨어졌어도 후회는 없었을거에요 그래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학원선생님께 고맙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방안으로 숨지도 않았을겁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