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도 제가 왜 서울예대에 합격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씨네학당 과외도 너무 늦게 알아서 2주 밖에 못하고, 그렇다고 과제를 그렇게 열심히 한 것도, 면접을 그리 잘본 것도 아닌데 말이죠.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땐 기쁘긴 했지만 조금은 의아했어요. 이런 일 들을 겪어보니 사는 것에 딱 하나로 정해진 정답 같은 건 없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하면 성공한다.’, ‘~~하면 안된다’ 등 사람들 사이에서 말들 많지만, 그리고 그런 말들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삶을 한 마디로 단정 짓기엔 세상엔 우리가 모르는 변수들이 너무 많은 것 같네요. 그러니까 여러분들도 세상이 정한 정답이나 이상에 자신이 살아온 삶이 부합하지 않는다고 너무 불안해 하거나 자책감 느끼시지 마시고, 여러분 각자의 스타일 대로 묵묵히 한 길을 가셨으면 해요. 물론 그 결과가 좋을지, 나쁠지는 모를 일 이지만, 한 번 뿐인 인생에 있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즉 여러분이 좋아하시는 영화에 한번 도전해 보는 것만으로도 뜻 깊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영화에 대한 꿈을 정한 것은 채 일년이 되지 않습니다. 재수 시작 할 무렵, 마냥 시간 때우려 다운 받아 보았던 영화들이 자연스레 제 꿈을 바꿔 놓았고, 저는 영화과 진학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실기를 통해 대학을 진학 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영화과 입시에 문외한이었던 저는 그런건 특성화고 학생들의 전유물이라고 만 생각했어요. 그렇게 재수기간 동안 저는 수능 준비만 했고, 그리 잘 보지 못한 수능으로 정시 가나다 군에 실기가 없는 영화과들을 썼습니다. 그리고 잉여로운 날들을 보내던 중 서울예대 실기 한 달 전쯤, 인터넷을 뒤적거리다 서울예대 정시에서 영화과 학생을 뽑는 다는 것과 씨네학당이란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할일 없이 놀 바엔 차라리 도전 한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서울예대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제가 지방에 살기 때문에 서울에 있는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과외를 들어야 했습니다. 과외는 지루 할때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일단 이야기 구성과 이론이 제가 좋아하는 분야와 관련 된 것이고 이론과 관련된 재미있는 영화도 많이 보여주시고 수업 방식이나 분위기도 자유로운 편이 었으니까요. 그리고 면접을 꼼꼼히 준비해 주시는데, 그 면접 질문이 실제 시험에 나왔나 여부를 떠나서 제 인생과 영화에 대한 제 태도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좋았어요. 무엇보다도 선생님들께서 직접 영화과를 졸업 하셨고 현장 경험도 많으시고 저와 같이 영화 연출을 꿈꾸시는 분들 이시라서 배울점도 공감가는 부분도 많이 있었어요. 특히 면접 대비 이론 공부할 때 딱딱한 외우기 공부가 아니라 실감나고 생생하게 손짓 발짓 해가시면서 설명해 주셔서 이해하기도 쉽고 재미있었구요. 이야기 구성에서도 배운점이 많은데 시나리오 잘쓰는 것, 이런것 보단 영화과 입시에 알맞는 이야기, 실제 면접때 교수들이 좋아하고 관심가질 만한 이야기를 써야 시험에 유리하다는 것을 배우면서 깨달았어요. 전 이런 것도 잘 모르면서 제가 이야기 구성한거 고집부리다가 선생님이랑 논쟁한 적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당장 그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것도 아니고 제가 만든 이야기가 딱히 재미있었던 것도 아닌데 시험 대비하는 입장에서 제 고집만 부렸던건 조금 어리석었던 것 같네요 . 그리고 선생님들이 벽을 두지 않으시고 편하고 친하게 대해주셔서 친구한테 모르는 문제 물어보고 배우는 느낌도 받아서 좋았어요. 과외하는 곳도 집같은 곳인데 은근히 아늑하고 깔끔하고 좋아요. 그 곳에 각종 음료수와 초콜릿, 과자 항상 구비되어 있어서 먹구 싶을 때 맘대루 먹게 해주시고요. 출출할때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나 짜장면도 꽁짜로 시켜주신답니다. 거기 고양이 두마리 사는데 막 냉장고 올라가고 둘이 싸우고 하는거 구경하는 것도 재밌습니다. 수업 가고 올때 선생님께서 자동차로 태워주시는데 눈길에 사고 한번 안내시고 운전도 잘하시고 매일 매일 먼 길 태워다 주셔서 괜스레 죄송하고 너무 고마웠어요.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수업에 푹빠져 있다보면 어느새 곧 아침해가 뜰 시간이 되어버렸어요. 낮에 자고 밤에 눈을뜨니 생활패턴 밤낮이 바뀌어서 흡혈귀가 된 느낌도 들더라구요.
그렇게 2주동안 주 3~4회 신나게 수업을 받으며 서울예대를 준비 했고 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야기 구성 할 때는 배운대로 너무 극적이지도, 그렇다고 너무 밋밋하지도 않는 이야기를 쓰고 답안지를 깔끔하게 정리하려고 노력했구요.면접은 늘 하던 대로 최대한 편안한 마음으로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근데 저는 면접 시간 이 엄청 짧았어요. 그래서 떨어질 줄 알았는데 붙은 걸보니 면접시간은 그렇게 중요한 요소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같은 경우는 실기고사 자체를 그리 중요한 일로 여기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냥 동네 할아버지들한테 제가 지은 동화 읽어주고 대화 조금 하고 오는 것이라고 생각해 버렸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긴장도 덜 하게 되고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감 있게 시험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재밌지도 않는 제 후기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지금 영화과 입시를 준비 하시는 분이 시라면 불안해 하시거나 부담 갖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제가 합격 비결 같은 것을 알려 드릴 순 없지만, 힘 좀 빼고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 경험상 긴장감이나 불안감은 지속적인 노력의 끈을 쥐는데 조금 도움이 될 지는 몰라도 너무 과도하게 느끼면 여러분 삶의 행복에도 시험 잘보는 데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것 같습니다
